진행하고 있는 영국의 저널에 저번 주 인터뷰 답변을 보냈다. 캐주얼한 문항들이었지만 쓰다 보니 2500자가 나왔다. 답변한 리서처들의 프로필 사진과 각 문항에 이름이 달린다. 완성된 초안이 도착했다. 웬걸, 내 지분이 40%이다. 좋은 답변이지만 얼굴을 뺀다고 글로 대신해 줬나?
약대를 나오면서도 그다지 조급해 하지 않았다. 언제가 되든 나는 그걸 놓을 수 없고 다시 돌아갈 것 같은 아주 끈끈한 뭔가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학위를 따기 전에 세계 저널에 이름을 올릴 걸 예상한 것은 아니었는데...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듯 우울한 이야기였지만 - 벌어진 일 그 자체보다 단지 인생 계획이 틀어져서였다 - 스텝이 꼬이면 탱고라고 통나무처럼 뚝 부러져서 나뒹굴기보다 탱고 추면서 목적지에는 도착하는가 보다 잠시 생각을 했다.
이제는 칼을 봐도 아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거의 안 일어난다. 그의 칼날이 언젠가 내 쪽을 향할까 하는 생각과 그 생각의 생각에 잠식되어 병원에 오래토록 다녔다. 그러면서도 그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엉덩이 무겁게 점점 눌러앉았다. 내 칼을 들어 날 해한 것들을 도려내고 파내고 쫓아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엔 내가 있어야 했다.
히키코모리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낸 때는 남았다. 지금도 나에게 새겨진 채로 남아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저 너머의 세상이 보였다.
FKA twigs의 최근 앨범을 들으면 영화 '유전'이 생각난다. 앨범 아트부터 강렬하다 - 디자이너는 7년간 함께 일하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음이 튀고 공포영화에서 심리적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타이밍과 화음을 사용한다. 동양의 공포물 중의 피 말리는 것 최고봉으로는 두 말할 것 없이 곡성이나 주온 시리즈라고 생각하는데 서양 오컬트는 바로 이런 타협이 되지 않는 느낌의 공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은 이에 대응해 점차 능동적이 된다. 기묘한 느낌을 한 꺼풀 견뎌 내면 중독이다.
점차 호기심이 생기는 '메리 막달렌'은 영화 한 편 보고 와서 이야기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