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잤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해서 아침부터 언짢았다.
저렇게 든 채로 눈은 읽고 머리는 잠들어 있었다.
이 주에 한 번씩 가는 병원에서 오늘 30년 - 쓰다 보니 30년이 가까워진 줄 이제 깨달았다 - 동안의 고질적 문제에 종지부 아닌 종지부를 찍었다.
종합주의력 검사. 공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면 다들 한 번쯤은 내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사람인가 의심하게 되는데 40분 동안 모니터의 별, 달 그리고 사랑(?)을 노려보는 것이다.
'너는 항상 멍을 때린다', '평소 어딜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25세 이전까지 항상 들어오던 소리다. 겉 보기에 얌전한 나는 부산스러움을 멈출 줄 몰랐다. 머릿속이 잠들 때 빼고는 과열된 상태로 30년 가까이 살아서 그렇지 않은 상태가 어떤지 경험해 보지 못했다. 이후에 전두엽이 발달하면서 너덜너덜 퀭한 상태로 몰두하는 법을 뒤늦게 배워가는 중이다.
Inhibition-sustained attention이 평균 그래프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다. 제어 프로세서가 심하지는 않지만 일이나 공부에 방해가 되는 정도라고 했다. 하여간, 의지를 다잡는 일이 너무나 어려웠다. 이게 내 탓이 아니라니. 합 두 시간 집중을 위해 다섯 시간의 워밍업과 갈려나간 형광펜 자루들 그만하면 제 할 일 다 했다.
또, 특이한 건 작업기억력이 순서대로보다 역순이 두 배나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계획(planning), 문제 해결(problem solving), 추론(reasoning)과 같은 인지능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어휘 습득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정현주, 2012; Baddeley, 2000; Baddeley & Hitch, 1974). 이는 도파민이 D1 수용체에 보내지는 신호 전달에 의존한 것으로 연령과 관계있다. 역순과 상관관계는 내 견식이 짧아 정확히 설명하기 힘들지만 단순한 암기로 정보를 습득하기보다 패턴을 만들어 접근하고 예전 정보와 조합을 해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억과 문제 해결이라는 것은 복잡하게도 여러 단서들이 모여 몸집이 커지는 것이다. 곱씹어서 단물을 빼도 좋지만 가지를 뻗은 정보를 자극 또 자극시키면 수만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