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이 붕괴되면서 51개이던 국가가 193개가 되었다. "A vacuum exists where the world would normally look for American leadership." 웃음이 나는 문장들이다. 세계를 팽팽하게 당기던 두 힘줄이 팽하고 끊어졌다. 당연하게 최강자인 미국만을 바라보고 있는 세계에 트럼프의 등장, 그리고 예상 밖의 코로나. 부와 힘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
사업차 동유럽과 러시아권을 컨택할 일이 많았다. 우리 화장품 여기 있더라 하면 러시아어로 폭발적으로 연락이 오는데 그 수준이 7할 정도 된다. 당연히 K-어쩌구야 전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이 확보되어 있고 그런 부분 관련해서 짐작하긴 하는데 왜 서유럽도 아니고 다른 아시아권도 아니고 동유럽 일까? 그만큼 일반 인지도도 많이 확보되어 있을까?
직접 디자인한 패키징을 가지고 수출하는건 타깃 시장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해서 어려움이 많다.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한 나라들, 두 문화권에 대한 친숙함이 어느 정도 작용하긴 했을 것이다. 아시아의 미디어와 유럽의 예술 양식. 동양에서 넘어온 자개를 재료로 사용하는 게 그들의 부의 상징 아니었던가. 몇 백 천년 내려오는 눈을 돌리면 바로 담을 수 있는 온화한 색감과 피부에 닿는 우아한 양식들, 아무래도 금장 장식이 화려한 것보다 결을 살린 흰색 무지에 정직한 로고만이 박힌 디자인을 K-뷰티에서 반갑게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 우여곡절이 많은 실패작이라 공개는 하지 않겠다.
동서유럽의 빈부격차가 해소되지 않아서라고 봐도 될까? 명품을 항상 접하고 사는 서유럽은 이태리 유학 중인 내 지인 말에 따르면 일주일마다 유행이 바뀐다고 했다. 명품 이름을 단 것도 수두룩하고 장인이 넘쳐나 브랜드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보니 여기에 K-신생브랜드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다. 많은 유럽 내 식품 제조 업체들이 같은 브랜드 같은 제품에 대해 높은 판매가 차이를 둠은 물론 서유럽엔 카카오를 동유럽에는 팜유를 사용해 최근 한번 동유럽인들의 분노가 끓어오른 적이 있다. EU라는 한 지붕 아래 있지만 빈부격차 등 20년도 채 안 된 그 간극은 크기만 하다. 그런 그들에게 성능이 좋고 반짝반짝한 한국의 제품이 매력적 이어 보일 것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은 아이디어를 전제로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내가 선진국 중에서도 1위로 꼽히는 캐나다에서 와서 그런진 몰라도 그 격차가 크게 느껴져서 지난 1년동안 많이 헤맸었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숙제 앞에선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시스템의 구멍이 낱낱이 보였다. 극단적 방안만이 감염병을 통제할 뿐이었다. 앞으로 누가 힘의 주인이 될까?